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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 함께하는 이웃 사랑

산타뉴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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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장애 청년의 힘

작은 손길이 만든 따뜻한 기적
 

우리 사회는 흔히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사회적 약자들이 외롭게 방치되거나 홀로 버거운 삶을 감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함께’라는 말이 얼마나 무겁고도 소중한지 깨닫게 됩니다. 최근 우리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는, 그 말의 참된 의미를 보여주는 따뜻한 사례였습니다.
 

마을에 사는 한 청년은 정신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또래처럼 활달하게 사회생활을 하지 못했습니다. 타인과의 교류도 서툴고, 낯선 환경에 쉽게 불안해져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부모의 부재까지 겹치며 생활은 더 고단해졌습니다. 그러나 이웃들의 작은 배려와 관심은 그 청년의 삶을 천천히 변화시켰습니다.

 

먼저 옆집에 사는 김 어르신은 매일 아침 반찬 한 두 가지를 준비해 청년의 문 앞에 조용히 놓아두곤 했습니다. “끼니를 굶지 않도록 챙기는 것뿐”이라는 어르신의 소박한 말은, 사실 큰 사랑의 표현이었습니다. 따뜻한 밥 한 끼 속에 담긴 정성은 청년에게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을 주었고, 세상과 이어진 작은 끈이 되었습니다.
 

동네 슈퍼를 운영하는 박 사장님도 따뜻한 이웃이었습니다. 청년이 조심스럽게 가게에 들어올 때마다 “어서 와, 오늘은 괜찮지?” 하며 웃음으로 맞아주었습니다. 처음에는 고개만 끄덕이던 청년이 시간이 흐르며 작은 목소리로나마 “고맙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짧은 인사는 단순한 예절이 아니라, 사회와 다시 연결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었습니다. 

박 사장님은 “그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돌았다”며 오히려 자신이 더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마을회관의 작은 방은 청년에게 쉼터가 되어 주었습니다. 주민들이 의논해 마련한 공간으로, 언제든 힘들 때 들어와 앉아 쉴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청년은 그곳에 앉아 있으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닫혀 있던 마음이 열리고, 불안이 잦아드는 그 경험은 청년이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얻게 한 중요한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도움을 준 이웃들이 결코 큰 희생을 감내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밥 한 끼, 인사 한마디, 방 한 칸. 모두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친절이 모였을 때, 한 사람의 삶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사회복지 제도나 정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웃이 전해준 따뜻한 손길이야말로 당사자에게는 가장 즉각적이고 현실적인 힘이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종종 약한 이를 바라보며 부담을 느끼거나 거리두기를 선택합니다. 그러나 이웃들의 사례는 분명히 보여줍니다. 약자가 바라는 것은 거창한 지원이 아니라 “네 곁에 내가 있다”는 작은 신호라는 사실을. 그것만으로도 그는 고립에서 벗어나, 스스로 삶을 일으켜 세울 힘을 얻게 됩니다.
 

청년의 변화는 단지 개인의 회복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웃들의 따뜻한 실천은 마을 공동체 전체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서로 돕고 살아가는 경험은 주민들 스스로에게도 위로와 자부심을 안겨주었습니다. 작은 나눔이 결국 모두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살아가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내가 돕는 사람일지라도, 언젠가 나는 도움을 받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웃’이라는 이름은 일방적인 베풂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약속이자 힘입니다.

 

마을에서 시작된 이 작은 기적은 우리 사회 전체에도 큰 울림을 줍니다. 작은 손길이 모여 누군가의 내일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이 바로 공동체의 진정한 힘입니다. 이 따뜻한 이야기가 우리 모두에게 다시 한 번 묻습니다. 오늘, 나는 내 곁의 누군가에게 어떤 손길을 내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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