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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오지 마을에서 15년째 사랑을 실천하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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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사진작가 알렉스 김, 파키스탄 수롱고에 사비 털어 개교
수롱고의 작은 교실에서 시작된 배움의 불빛은 가난과 절망 속에서도 인간의 선의가 얼마나 오래 세상을 밝힐 수 있는지를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사진-알렉스 김 제공

라면으로 끼니 때우며 운영비 지원

 

파키스탄 오지에 ‘희망의 학교’ 세운 한국인 

사진작가 알렉스 김

 

파키스탄 북부의 험준한 산악지대 수롱고 마을. 전기와 도로, 교육 시설조차 변변치 않던 이 작은 오지 마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 것은 2011년이었다. 

낡은 흙벽 건물을 손수 고쳐 교실로 만든 한 한국인 사진작가의 땀과 헌신 덕분이었다. 주인공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알렉스 김. 그는 15년째 자신의 사비를 털어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선물하고 있다.

 

“카메라를 들고 갔다가 아이들의 눈빛을 보았다”

 

알렉스 김은 원래 세계 오지의 삶을 기록하던 사진작가였다. 파키스탄 북부를 여행하던 그는 수롱고 마을에서 충격적인 현실과 마주했다. 아이들이 학교가 없어 글조차 배우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돌과 흙으로 만든 집들 사이에서 맨발로 뛰놀던 아이들은 연필 한 자루조차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는 “사진 몇 장 찍고 돌아설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작은 공부방이라도 만들어 보자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건물은 금세 무너질 듯 낡아 있었고, 창문도 제대로 없었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장비를 팔고 개인 돈을 모아 다시 파키스탄으로 향했다.

직접 벽을 보수하고 지붕을 고치며 만든 학교는 2011년 문을 열었다. 아이들은 책걸상도 없이 바닥에 앉아 수업을 들었지만, 처음으로 글자를 배우며 환하게 웃었다.

 

라면으로 끼니 때우며 이어온 운영

 

학교 운영은 결코 쉽지 않았다. 후원은 늘 부족했고, 교사 급여와 교재비 마련도 큰 부담이었다. 알렉스 김은 자신의 생활비를 줄여 학교를 유지했다. 때로는 한국에서 라면 몇 개로 끼니를 해결하며 돈을 아꼈고, 전시 수익금과 사진 판매 수입 대부분을 학교 운영비로 보냈다.

주변에서는 “언제까지 혼자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들 가운데 처음으로 중학교에 진학한 학생이 나오고, 글을 읽지 못하던 부모 세대가 자녀를 통해 한글과 영어 단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마을에도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에는 수십 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으며,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뿐 아니라 영어와 과학 교육도 진행되고 있다. 작은 교실 하나에서 시작된 희망은 마을 전체를 바꾸는 씨앗이 됐다.

 

“교육은 가난을 넘어서는 가장 긴 다리”

 

전문가들은 오지 지역 교육 지원이 단순한 자선 활동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미래를 바꾸는 일이라고 평가한다. 유엔과 국제구호단체들 역시 개발도상국 교육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특히 여성과 아동 교육은 빈곤의 대물림을 끊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알렉스 김은 거창한 철학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아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쓰게 되는 순간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배움은 사람을 자유롭게 만든다. 누군가는 이 아이들에게 첫 번째 교실을 열어줘야 했다”고 덧붙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큰 기업의 후원도 없지만 그는 오늘도 묵묵히 아이들의 학교를 지키고 있다.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기록하던 한 사진작가는 이제 아이들의 미래를 찍어내는 사람이 됐다.

 

수롱고의 작은 교실에서 시작된 배움의 불빛은가난과 절망 속에서도 인간의 선의가 얼마나 오래 세상을 밝힐 수 있는지를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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