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넉넉한 한가위, 마음의 고향을 찾아서

산타뉴스 남철희 발행인
입력
수정
추석, 상처와 사랑 사이에서 가족을 다시 껴안다

몇일 후 추석입니다. 벌써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 산업화 시대의 추석, 도시와 농촌을 잇다

 

1960~70년대 산업화 초기, 도시로 떠난 청년들이 추석에 고향을 방문하면서 도시와 농촌 간의 정보 공유와 문화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세련된 말투, 옷차림, 선물 보따리는 농촌 사람들에게 도시의 환상을 심어주었고, 우물가의 처녀들과 밭가는 청년들이 호미와 물동이를 내 던지고 도시로 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는 도시화와 인구 이동을 촉진하며,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었다.

 

추석은 단순한 명절이 아니라, 사회적 흐름을 바꾸는 문화적 장이었다

고향은 정보의 교류처였고, 도시 청년들은 고향을 통해 자신을 다시 확인했다.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 그 안에 담긴 복잡한 감정들

 

추석이 다가오면 우리는 자연스레 고향을 떠올린다. 누구는 차를 손보고  기차표를 예매하고, 선물 보따리를 꾸리며, 부모님과 형제, 친구들과의 만남을 기대한다

고향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본향이며, 어릴 적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았던 기억이 깃든 공간이다. 그곳에는 엄마의 품처럼 아늑한 따뜻함이 있고, 친구들과의 웃음소리, 동네 어른들의 사랑, 풍성한 축제와 잔치의 풍경이 있다.

 

그러나 모든 이에게 추석이 기쁨만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에게는 추석이 상처의 기억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족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자리에서, 오히려 갈등이 드러나고 서운함이 폭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족, 가장 가까운 존재이기에 더 깊은 상처

 

어릴 적 가족은 피로 이어진 존재였다

부모와 형제는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오며 서로를 깊이 이해했고, 양보와 인내로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각자 가정을 꾸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배우자가 가족 안으로 들어오면서 새로운 가치관과 생활 방식이 충돌하게 된다

시댁과 처가, 형제의 배우자 간의 미묘한 감정선은 때로는 갈등의 불씨가 된다.

 

명절이라는 특별한 시간은 그 갈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자녀의 성취, 재산, 외모 등으로 서로를 비교하며 자존심이 상하고, 특정 가족 구성원에게만 명절 준비가 집중되며 불만이 생긴다. 어릴 적 겪었던 차별이나 갈등이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 갈등을 넘어 화합으로: 가족을 다시 껴안는 지혜

 

가족 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관계는 회복될 수도, 더 멀어질 수도 있다.

감정의 인정과 표현 억누르거나 회피하기보다, 차분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서운함을 느꼈어.”라는 말은 상대를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다.

 

역할의 재조정 명절 준비나 가족 행사에서 특정 사람에게만 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 회의를 통해 명확한 역할을 정하고, 서로의 수고를 인정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배우자와의 중재 배우자는 가족 안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자신의 가족과 배우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시키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기억의 재해석 과거의 상처를 그대로 간직하기보다, 그 기억을 재해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지라는 이해의 시선은 관계를 부드럽게 만든다.

 

거리 두기와 시간의 여유 모든 갈등을 즉시 해결하려 하기보다, 적절한 거리 두기와 시간의 여유를 갖는 것도 방법이다. 때로는 침묵이 가장 지혜로운 대화가 될 수 있다.

 

산타의 마음으로 가족을 바라보다

 

산타는 모든 아이에게 선물을 준다. 착한 아이뿐 아니라, 때로는 말썽을 부린 아이에게도. 왜냐하면 그는 아이들의 가능성을 보기 때문이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완벽하지 않지만, 서로를 향한 가능성과 사랑을 믿는 마음이 필요하다.

 

추석은 그 믿음을 되살리는 시간이다. 상처가 있다면 그것을 직면하고, 화합의 지혜를 나누는 것이 진정한 추석의 의미다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 따뜻한 마음으로,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다시 하나가 되는 넉넉한 한가위가 되기를 바란다.

 

마무리하며

 

추석은 단순한 명절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을 회복하고, 관계를 정비하며, 공동체를 재건하는 시간이다. 기쁨과 상처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산타의 마음으로, 조건 없는 사랑과 인내로 가족을 다시 껴안는 따뜻한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

 

즐거운 추석 되세요.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한가위 되시길 바랍니다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