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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사슬에 묶인 기술자, 동맹의 민낯을 드러낸 미국의 이중 잣대

산타뉴스 발행인 남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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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술자들이 불법 체류자로 몰려 구류되고, 일부는 쇠사슬과 케이블 타이에 묶인 채 연행되는 모욕적인 상황
AI생성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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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은 단순한 군사적 협력을 넘어, 경제와 산업 전반에 걸친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확장되어 왔다.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의 부흥을 내세우며 한국 기업들에게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를 요구했고, 이에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SK, 한화, 두산, 한국타이어 등 주요 기업들이 앞다투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그러나 그 화려한 투자 행렬 뒤편에는 동맹의 본질을 되묻게 하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최근 미국에서 한국 기술자들이 불법 체류자로 몰려 구류되고, 일부는 쇠사슬과 케이블 타이에 묶인 채 연행되는 모욕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단순한 이민법 위반 단속이 아니라, 동맹국 인력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결여된 미국의 이중적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국민적 분노는 당연하며, 산업계의 충격도 크다. 기술자에 대한 이런 처우는 단순한 인권 침해를 넘어, 동맹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상징적 장면이다.

 

문제의 핵심은 미국의 비자 정책이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내에서 공장 건설과 생산에 필요한 전문 인력 구하기 불가능한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고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엔지니어와 전문 인력의 파견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하늘의 별 따기’다. 취업 비자는 물론, 주재원 비자조차 발급 절차가 까다롭고 지연되면서 단기 파견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기업들은 ESTA나 단기 상용 비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불법 체류자로 몰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

 

미국은 한국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면서도, 그 투자의 핵심인 인력 운용에 대해선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이며,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없는 처사다. 법 집행의 엄정함을 내세우기 전에, 동맹국 기업들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제도적 개선에 나서는 것이 우선이다. 기술자를 쇠사슬에 묶는 나라에서 과연 건강한 협력이 가능하겠는가.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다. 미국이 동맹의 신뢰를 존중하지 않고, 비자 제도 개선에 손을 놓은 채 강경 단속만 이어간다면,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미국이 스스로 내세운 제조업 부흥 전략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한국 정부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단순 귀국 조치로 끝낼 것이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협의 채널을 구축하고, 동맹국 기업의 필수 인력 파견이 합법적으로 보장되도록 외교적 장치를 확보해야 한다. 미국이 진정한 동맹이라면, 기술자에게 쇠사슬이 아닌 존중을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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