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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한” 헐버트 박사, 서거 76주기 추모대회

산타뉴스 안성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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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진 선교사 묘원에서 열린 추모식… 독립운동가·교육자 헐버트 박사의 삶과 뜻을 기리다
헐버트 박사 [퍼블릭 도메인]
올해로 서거 76주기를 맞은 헐버트 박사 [퍼블릭 도메인]

서울 마포구 양화진 선교사 묘원. 8월 27일 오전, 이곳 백주년기념교회 선교기념관에는 300여 명의 추모객이 모여 숭고한 한 인물을 기억했다. 올해로 서거 76주기를 맞은 헐버트 박사(Homer B. Hulbert, 1863~1949). 그는 스물세 살 청년 시절 조선 땅을 밟은 뒤, 한평생을 한국의 자주독립과 문화 발전에 헌신한 ‘파란 눈의 독립운동가’였다.

 

“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보다 한국 땅에 묻히길 원하노라.”
박사의 유언처럼 그는 지금 양화진에 잠들어 있다. 이날 추모대회는 그의 삶을 되새기며, 한국인의 마음속에 남은 진정한 우정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였다.

 

독립을 위해 헌신한 외국인, 진정한 동지

 

1895년 조선에 발을 디딘 헐버트 박사는 한국의 역사와 한글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교육을 통해 민족의 힘을 키우는 데 앞장섰다. 1905년에는 을사늑약을 저지하기 위해 고종 황제의 특사로 미국에 파견됐고, 1907년에는 이상설·이준·이위종과 함께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가해 일본의 침략을 국제사회에 고발했다. 그는 한국인 못지않게, 때로는 한국인보다 더 뜨겁게 한국을 사랑한 사람이었다.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한국인이라면 헐버트를 하루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남긴 말은, 그가 남긴 헌신의 깊이를 보여준다.

 

후손과 각계 인사, 한 자리에 모이다

 

이날 추모식에는 헐버트 박사의 고손자인 브래들리 씨와 브랜든 씨가 직접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국내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전종호 서울지방보훈청장, 이종찬 광복회장, 김삼열 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 윤성철 국립국어원장 등 각계 주요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행사는 기도로 시작해 배재고등학교 학생회의 <사민필지> 낭독, 추모 영상 상영, 기념사업회와 각 단체 대표들의 추모사로 이어졌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그의 뜻을 기억하고, 후세에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감사와 다짐, 그리고 남겨진 과제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은 “헐버트 박사 생가에 표지석을 세워 미국인들에게도 그의 진정한 정신을 알렸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또, 박사가 미국에서 마지막 42년을 보냈던 집이 현재 일본 종교단체 소유라는 사실을 전하며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기념해야 한다”는 아쉬움도 전했다.

 

국가보훈부 역시 “그의 정신을 국민과 미래 세대에 반드시 잇겠다”며 다짐했다. 추모식에 모인 이들의 목소리는 결국 한 문장으로 모였다. “한국의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친 당신을, 우리는 잊지 않겠습니다.”

 

끝나지 않은 울림

 

헐버트 박사는 생전에 한국의 광복을 보지 못했지만, 그의 이름은 광복의 길을 밝힌 빛으로 남았다. 서거 76주기를 맞은 오늘, 우리는 한 외국인이 보여준 ‘참된 애국심’을 다시금 기억하며, 그 정신을 우리 삶 속에 이어갈 것을 다짐한다.

 

양화진의 바람은 잔잔했지만, 그날 울려 퍼진 감사와 존경의 마음은 오래도록 우리 역사에 남을 것이다.

 

 

안성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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