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 맞아…안중근 ‘녹죽’ 유묵·진관사 태극기 첫 공개

광복 80주년을 맞아 우리 역사 속 항일 정신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유물들이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안중근 의사의 생전 필적 ‘녹죽(綠竹)’과 일제강점기 시절 제작된 ‘진관사 태극기’가 대표적이다. 이번 전시는 독립을 위해 싸운 선열들의 의지와 희생을 되새길 수 있는 뜻깊은 자리다.
■ 안중근의 기개가 담긴 ‘녹죽’
‘녹죽’은 푸른 대나무를 뜻하는 두 글자로, 안중근 의사가 생전에 직접 붓으로 쓴 유묵이다. 굵고 단단한 필획에서 의사의 강직한 성품과 흔들림 없는 기개가 느껴진다. 이 유묵은 최근 일본 경매 시장에서 확인돼 국내로 환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학계에서는 “당시의 정치·사회적 압박 속에서도 기개를 잃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은 작품”으로 평가한다.
■ 일장기 위에 덧칠한 ‘진관사 태극기’
2009년 5월, 서울 은평구 진관사 지하에서 발견된 이 태극기는 일장기 위에 먹물을 덧칠해 제작됐다. 짙은 먹빛 아래 숨겨진 붉은 해와 햇살 문양은, 일제의 억압을 지우고자 한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절박한 마음을 고스란히 전한다. 태극기의 낡고 찢어진 흔적은 일제강점기 항일투쟁의 치열함과 그 속에 담긴 희생을 보여준다.
■ 독립운동 기록과 외교 자료도 한자리
전시장에는 ‘녹죽’과 ‘진관사 태극기’뿐만 아니라 대한제국 시기 외교 활동을 기록한 ‘미사일록’, 한말 의병장들의 항전 과정을 담은 ‘의병 관련 문서’ 등 총 110여 점의 유물이 전시된다. 각 유물에는 독립을 향한 발걸음과 그 속에서의 고난이 생생하게 묻어난다.
■ 국가유산청 “후손에게 물려줄 역사”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번 전시는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항일 역사 유물들을 한곳에 모은 뜻깊은 자리”라며 “광복 80주년을 맞아 선조들의 항일 정신을 되새기고, 앞으로도 이러한 국가유산을 후손에게 온전히 전해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항일 정신, 오늘의 교훈
국가유산청은 이번 전시에 대해 “혹독한 식민 지배 속에서도 희망의 미래를 열기 위해 분투했던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덕수궁 돈덕전에서 진행되며, 방문객들은 한 세기 전의 역사를 눈앞에서 마주하며 선열들의 숨결과 결의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