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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학, 취업률 98%의 역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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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와 인력 부족이 만든 구직자 우위 시대
기업과 청년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노동 시장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미래 경쟁력의 출발점이다.

취업률 98%의 역설

일본 대학생들은 왜 ‘취업 걱정’을 할까

 

일본 대학가에 이례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대부분이 취업 걱정 대신 어떤 회사를 선택할지 고민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과 문부과학성 조사에 따르면 최근 대학 졸업 예정자의 취업률은 98% 안팎에 이른다. 

일부 대학에서는 4학년 학생의 80% 이상이 여름이나 가을에 이미 입사 확정을 받은 상태다. 

한국 청년들이 취업난으로 고통받는 현실과 비교하면 부러운 상황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본 기업과 대학가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고민이 커지고 있다. 구직자 부족과 조기 채용 경쟁이 심해지면서 기업과 학생 모두 예상치 못한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인력 부족이 만든 ‘구직자 우위 시대’

 

일본 취업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심각한 인구 감소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노동 가능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제조업, 건설업, 유통업, 정보기술(IT) 업종은 물론 대기업까지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 채용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일부 기업은 대학 3학년 때부터 인턴십과 설명회를 열고, 조기에 내정(입사 예정 통보)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졸업하기 훨씬 전부터 취업 준비를 마치고 사회 진출을 확정 짓는다.

 

과거에는 기업이 지원자를 고르는 시대였다면, 지금의 일본은 학생이 회사를 선택하는 시대에 가까워졌다. 

기업들은 연봉 인상과 복지 확대, 유연근무제 도입 등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며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다.

 

원서 중복 지원과 ‘내정 쇼핑’ 현상

 

하지만 취업이 잘된다고 해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내정 쇼핑’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여러 기업으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은 뒤 가장 좋은 조건의 회사를 선택하는 현상을 뜻한다.

 

학생들은 더 좋은 기업이나 더 높은 연봉을 기대하며 여러 곳에 동시에 지원한다. 

이미 입사가 확정된 상태에서도 다른 기업 채용 절차를 계속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하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어렵게 확보한 인재가 다른 회사로 이탈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실제로 내정을 받은 학생이 입사 직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기업들의 ‘이탈 방지 작전’

 

기업들은 내정자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정기적인 간담회와 사전 교육 프로그램, 선배 직원과의 멘토링, 가족 초청 행사까지 마련한다. 

입사 전부터 조직 문화에 적응하도록 돕고 소속감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일부 기업은 입사 예정자들에게 특별 장학금이나 자격증 취득 지원금을 제공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내정자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회사와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 일본 인사 담당자는 “예전에는 지원자가 많아 선발이 고민이었지만 지금은 뽑은 사람이 떠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더 큰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청년들에게 

 

일본의 높은 취업률은 부러운 현실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노동력 부족이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존재한다.

 

반면 한국은 청년 취업난과 기업의 인력 미스매치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일본 사례는 단순히 취업률 수치만 볼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와 인구 변화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취업률 98% 시대의 일본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고민하고, 취업난에 시달리는 한국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민한다. 

 

서로 다른 현실이지만 결국 핵심은 같다. 

기업과 청년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노동시장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미래 경쟁력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이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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