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3년, 경찰 112 신고코드에 ‘인파관리’ 첫 도입

서울 종로구 별들의집에 설치된 추모 공간에서는 올여름에도 유가족들이 함께 목걸이를 만들며 희생자를 기리고 있다. 참사 발생 1천 일을 맞아 ‘다시는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이 다시 확인되는 가운데, 경찰이 본격적으로 제도적 보완에 나섰다.
‘인파관리’ 코드 신설
경찰청은 9월 1일부터 전국 모든 112 신고 접수 시스템에 ‘인파관리’라는 새로운 소분류 사건 코드를 적용했다. 기존 59개였던 사건 분류 체계가 61개로 확대되면서, 다중 인파 밀집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별도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조치는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당시에도 “압사 위험이 있다”는 긴급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으나, 현장 상황은 ‘위험방지’라는 일반적인 코드로만 분류돼 정확한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은 이번 개편으로 신고 단계에서부터 상황의 성격을 분명히 구분해, 초동 대응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롭게 추가된 7개 분류
이번 개편에서 ‘인파관리’ 외에도 △공중협박 △공공장소 흉기소지 △사이버범죄 △자연재난 △기타재난 △화학물질사고 등 총 7개 항목이 새롭게 신설됐다. 사회적 위험 요소가 다변화되는 현실을 반영해 세분화한 것으로, 각 유형별로 대응 매뉴얼을 차별화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
스토킹 범죄, 강력범죄 수준으로
특히 주목되는 또 다른 변화는 스토킹 범죄의 위상 강화다. 그동안 ‘기타범죄’ 범주에 속했던 스토킹 사건은 이번 개편을 통해 살인·강도와 같은 강력범죄 수준의 ‘중요범죄’로 재분류됐다. 경찰 관계자는 “스토킹이 살인이나 중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성을 감안해 사전 대응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교훈을 실천으로’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 개선을 이태원 참사 이후 사회적 반성과 시민 요구가 제도 변화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로 평가한다. 군중 밀집이 예상되는 대형 축제·공연·스포츠 경기 현장에서도 112 신고를 통한 즉각적인 상황 공유가 가능해져, 경찰의 현장 대응 역량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