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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영화계, 팔레스타인 지지 선언

산타뉴스 안성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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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학살 공모 단체와는 더 이상 함께하지 않겠다”
[퍼블릭 도메인]
[퍼블릭 도메인]

세계 영화계 유명 인사들이 이스라엘 영화 기관과의 협력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선언을 내놓았다.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제노사이드(집단학살)’로 규정하며, 이에 연루된 영화 단체와 협력하는 것은 곧 억압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수백 명 영화인 연대…스윈턴·란티모스·러팔로 등 동참

 

이번 성명은 영화인 연대체 ‘팔레스타인을 위한 영화인들(Filmmakers for Palestine)’ 주도로 발표됐다. 

 

성명서에는 영국 배우 틸다 스윈턴, 그리스 출신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를 비롯해 영국 배우 올리비아 콜맨, 미국 배우 마크 러팔로와 신시아 닉슨, 스페인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 미국 감독 에이바 듀버네이, 영국 다큐멘터리 감독 아시프 카파디아 등 세계 각지의 영화인들이 이름을 올렸다.

성명에 동참한 영화인들은 “영화는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힘을 가진다”며 “지금은 학살에 침묵하거나 공모하는 대신,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영화 단체, 팔레스타인 권리 지지한 적 없어”

 

성명은 특히 이스라엘의 영화 제작사, 배급사, 판매 대행사, 영화관 등을 겨냥했다. 

성명 참여자들은 “이들 기관은 국제적으로 보장된 팔레스타인인의 권리를 지지하거나 존중한 적이 없다”며, 집단학살을 정당화하거나 이에 협력하는 행위를 ‘공모’로 규정했다.

또한 팔레스타인 영화인들이 “국제 영화계가 인종차별과 침묵을 거부하고 억압적 구조와의 협력을 중단해야 한다”고 수차례 호소해 왔음을 상기시키며, 이번 선언은 이에 대한 응답이라고 설명했다.
 

1980년대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연대와 유사

 

영국 가디언은 이번 선언이 198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에 맞선 영화인 연대 운동과 닮아 있다고 평가했다. 

당시 미국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를 비롯한 영화계 인사들이 연합해 국제적 여론을 형성했고, 이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 철폐를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번 팔레스타인 지지 선언 역시 당시와 같은 상징성을 지니며 국제 사회의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 제작자 협회 “잘못된 대상을 겨냥” 반박

 

그러나 이스라엘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스라엘 제작자 협회는 성명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번 선언은 잘못된 대상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이스라엘의 예술가와 창작자들은 오랫동안 분쟁의 복잡성을 알리고, 평화와 폭력 종식을 위한 목소리를 내왔다”며 “팔레스타인 창작자들과도 협력해 왔다”고 밝혔다. 

또한 “다양한 내러티브를 다루는 창작자들을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평화를 향한 대의를 훼손하고, 창작자들의 목소리를 침묵시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국제 영화계 파장 예상

 

전문가들은 이번 선언이 단순한 영화인들의 입장 표명을 넘어, 문화·예술계 차원의 보이콧 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유럽과 미국의 영화제가 다수의 서명자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영화 단체들의 활동에 실질적인 제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갈등이 정치·외교 영역을 넘어 문화 예술계까지 번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선언이 향후 영화 산업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주목된다.

 

안성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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