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물결에…학원가가 ‘요양원 타운’으로 변신
![요양원 분포도 [AI생성 이미지]](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50809/1754687496266_825667500.png)
한때 학생들의 발길로 북적이던 유명 학원가가 이제는 어르신들을 위한 요양시설 밀집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고령화가 농어촌을 넘어 도시 한복판까지 깊숙이 파고들며, 도심 구조와 상권이 재편되는 모습이 뚜렷해졌다.
■학원 간판 대신 요양원 현판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마을 사거리를 중심으로 반경 250m를 둘러보면, 과거에는 건물마다 영어·수학·태권도 학원이 줄지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 거리를 찾으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곳곳에 ‘○○요양원’, ‘○○노인돌봄센터’ 현판이 걸려 있고, 예전 학원 간판은 희미하게 남아 있다.
일부 건물은 한 층만 요양시설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7층 건물 중 5개 층을 통째로 요양원이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초·중·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모여들던 학원가였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젊은 세대의 이탈이 이어지며 상권의 중심이 ‘교육’에서 ‘돌봄’으로 옮겨간 것이다.
한편, 이 일대의 유치원은 원아 수 급감으로 이미 문을 닫아 건물은 비어 있다.
인근 주민 B씨는 “젊은 가족들이 거의 빠져나가고, 연세 많은 분들이 대부분 남아 있는 동네가 됐다”고 전했다.
■시니어 맞춤형 학원 증가
이 같은 변화는 단순히 요양원 수 증가에만 그치지 않는다. 교육 업종 내부에서도 시니어층을 겨냥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경기 수원시의 한 피아노 학원은 1년 전부터 수강 대상 연령을 50세 이상으로 제한했다.
해당 학원의 원장은 “예전에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큰 규모의 학원을 운영했지만, 등록생이 계속 줄어 시니어 전용으로 전환했다”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1년 만에 100여 명의 회원이 채워졌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기초 악보 읽기부터 취미 연주까지 단계별로 배울 수 있어, 새로운 여가를 찾는 중·장년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초고령화, 도시로 번지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단순한 상권 변화로 보지 않는다.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과 서울 구도심까지 초고령화의 흐름에 들어섰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저출산과 젊은 세대의 수도권 외곽 및 해외 유출이 맞물리면서, 도시 인구 구조 자체가 급격히 늙어가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홍석철 상임위원은 “지방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초고령사회가 시작됐다”며 “이제는 대도시도 같은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심 풍경이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인구 구조 통계에 그치지 않고 도시 풍경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 학생들로 붐비던 학원가, 놀이공원, 문구점 자리에 요양원, 실버카페, 건강관리 센터가 들어서는 모습이 늘고 있다.
공원에서는 유모차보다 휠체어와 보행 보조기가 더 자주 눈에 띄고, 주민센터의 주요 안내문도 교육·육아보다 복지·건강 관리 프로그램이 중심을 차지한다.
도시 고령화는 앞으로 상권 재편, 부동산 가치, 교통 체계, 지역 일자리 구조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도심의 고령화 흐름에 맞춘 생활 인프라 설계와 세대 간 공존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