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인생, 멋진 삶

내 손으로 심은 작은 초록, 일상 속 큰 위안이 되다
— 화분 만들기와 반려식물에서 행복을 찾는 현대인들
도시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사람의 마음은 그만큼 쉽게 지쳐간다.
바쁜 일상 속에서 현대인들이 의지하는 새로운 쉼터가 있다. 거창한 여행지도, 값비싼 취미도 아니다. 바로 ‘화분 만들기’와 ‘반려식물 키우기’다. 집 한 켠의 작은 초록 한 그루가 주는 위로가 생각보다 강력하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스스로 경험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공방에서 진행된 주말 화분 만들기 클래스에는 20대 대학생부터 60대 은퇴자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모였다. 흙을 만지고, 직접 고른 식물을 화분에 옮겨 심는 과정 속에서 모두의 표정이 자연스레 부드러워졌다. 참가자 김모씨(33)는 ‘흙 냄새를 맡는 순간부터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한 뼘짜리 화분이지만 제가 직접 만든 공간에서 식물이 자란다는 게 신기하고, 마치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느낌이에요’라고 말했다.
반려식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식물이 가진 생명력 자체가 인간에게 긍정적인 심리 자극을 준다고 설명한다. 서울대 환경심리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반려식물과 생활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비보유자 대비 평균 20%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식물에게 물을 주고 잎을 닦아주는 소소한 관리 행위가 ‘돌봄의 루틴’을 형성해 심리 안정 효과를 준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한 ‘홈가드닝 홈족’의 흐름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반려동물 대신 비교적 부담 없는 ‘반려식물’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반려식물은 말이 필요 없는 관계이면서도 분명한 존재감을 갖고 있어, 심리적 공백을 충만하게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물만 잘 주어도 푸르고 건강하게 자라나는 모습은 자신이 일상에서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감각을 준다.
나무 대신 허브를 심어 향기로 스트레스를 낮추는 ‘향기 테라피형 가드닝’도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화분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라벤더·로즈마리·페퍼민트 향은 정신 안정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직장인 박모씨(41)는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라벤더 향이 가장 먼저 반겨줘요. 하루 동안 쌓인 긴장이 눈에 보일 정도로 내려가는 느낌이에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반려식물은 관계의 매개체 역할도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식물 성장기 공유’, ‘잎 1개 자란 기념 인증’ 같은 참여형 소통이 활발하다.
자신의 식물이 성장하는 과정을 기록하며 서로 격려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식물 한 포기가 사람들을 연결하고,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공유하게 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화분 만들기와 반려식물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현대인의 정서적 건강을 지탱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작은 화분 하나 속에서 ‘느림’, ‘돌봄’, ‘관찰’, ‘성장’이라는 잊고 지낸 감각들을 회복하는 경험은 디지털 시대의 일상에 중요한 균형을 제공한다.
오늘도 누군가의 책상 위, 창가, 원룸 구석에서 새잎 하나가 조용히 돋아난다. 그리고 그 작은 변화가 한 사람의 마음을 넉넉하게 비추는 등불이 되고 있다. 작은 초록의 힘은 생각보다 크고, 현대인은 그 힘을 다시 배우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