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년 역사 간직한 안동 삼산고택,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 삼산 류정원의 집, 국가유산으로 격상
국가유산청은 21일, 안동시 예안면에 위치한 삼산고택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공식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고택은 조선 후기 학자이자 관료였던 **삼산 류정원(1725~1796)**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집으로, 그의 향불천위(鄕不遷位·영원히 사당에 모시는 신위)가 모셔져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류정원은 영조의 아들 사조세자의 스승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정약용의 저서 목민심서에도 10차례 이상 언급될 만큼 당대 학문과 정치에서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았다. 특히 ‘주역(周易)’ 연구에 몰두하여 역해참고, 하락지요 등의 저술을 남겼고, 관직에서도 현감·대사간·호조참의 등 주요 직책을 두루 역임했다.
■ 1693년 건립된 ㅁ자형 전통가옥
삼산고택은 류정원의 부친 류석구가 1693년에 건립한 것으로 추정된다. 건물은 경북 북부 지역 전통 건축의 특징을 보여주는 ‘ㅁ’자 형태의 뜰집 구조로 지어졌으며, 안채·사랑채·사당·외양간채·대문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안채와 사랑채가 분리된 독립 동선으로 배치돼 있어 남녀 공간의 구분이 뚜렷하다. 이러한 건축 양식은 조선 후기 양반가(班家)의 생활 구조와 사회적 규범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삼산(三山)’이라는 이름의 유래
택호인 ‘삼산’은 류정원이 고택 안마루에서 바라본 풍경에서 비롯됐다. 집 앞에 위치한 세 개의 산봉우리가 나란히 솟아 있는 모습을 보고 그는 자신의 호를 ‘삼산’으로 정했고, 이 집 역시 같은 이름을 따르게 됐다.
■ 학문·건축 모두 가치 인정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삼산고택은 건축적으로 내·외부 공간 구분이 명확해 조선 후기 양반가옥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준다”며 “향불천위 제향을 통해 당시 유림 사회의 정신적 기반과 학문적 전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문화적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정으로 삼산고택은 단순히 한 집안의 유산을 넘어, 330여 년을 이어온 학문과 생활문화의 흔적을 간직한 공간으로서 앞으로 보존과 활용에 더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