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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처벌에서 관계 회복으로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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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와 공감으로 갈등 해결 능력을 배우다
학교는 처벌의 공간이 아니라 관계를 배우는 공간이어야 한다. 학생들의 짧은 사과 한 마디와 진심어린 이해가 때로는 어떤 처벌보다 더 큰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처벌만으로는 해결 안 된다  —  더 복잡해진 학교폭력의 그늘
 

 

최근 학교폭력이 새로운 양상으로 확산되면서 교육 현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처럼 물리적 폭력 중심이 아니라,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된 갈등이 신고와 법적 절차로 확대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학교의 사법화’라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폭력의 형태보다 대응 방식이 더 큰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교육 현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경미한 사안의 급증’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38) 씨는 ‘지우개를 주웠다가 돌려주지 않은 일, 체육 시간에 공이 맞은 사건까지도 학교폭력으로 신고되는 경우가 있다’며 

‘아이들 사이에서 충분히 풀 수 있는 일이 어른들의 개입으로 커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중학교 2학년 이모(15) 군은 친구와의 말다툼이 학교폭력 신고로 이어진 경험이 있다. 

그는 ‘처음에는 그냥 화가 나서 서로 말다툼을 했는데, 부모님이 개입하면서 일이 커졌다’며 

‘학폭위까지 가니까 친구를 다시 볼 수 없을 정도로 관계가 틀어졌다’고 털어놨다. 

이군은 ‘그때는 사과할 기회도 없이 바로 가해자가 됐다는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의 입장도 복잡하다. 고등학생 박모(17) 양은

 ‘처벌을 원해서 신고한 게 아니라, 괴롭힘이 멈추길 바랐다’며 ‘그런데 절차가 길어지고 조사 과정에서 같은 말을 반복하다 보니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작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렀다’고 토로했다.
 

학부모 갈등 역시 문제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최모(42) 씨는 ‘아이들 문제인데 부모들끼리 감정 싸움이 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며 

‘혹시 우리 아이가 불이익을 받을까 봐 변호사 상담까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아이보다 부모가 더 싸우는 구조가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불신 구조를 꼽는다. 

교육사회학자 이정훈 교수는 ‘학교, 학부모, 학생 간 신뢰가 약해지면서 작은 갈등도 제도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책임을 따지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는 경험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학교폭력 대응이 처벌 중심으로 고착되면서 교육적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소년상담 전문가 박모 박사는 ‘학폭위는 필요하지만, 모든 갈등을 그 틀로 해결하려 하면 낙인 효과와 관계 단절이 발생한다’며 ‘가해·피해 이분법이 오히려 갈등을 고착화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안으로는 관계 회복 중심 접근이 제시된다. 

최근 일부 교육청에서 시행 중인 갈등 조정 프로그램은 학생 간 대화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박 박사는 ‘학생들이 직접 사과하고 이해하는 경험은 단순 처벌보다 훨씬 강력한 교육 효과를 가진다. 갈등 해결 능력은 성인이 되어서도 중요한 사회적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도 확대에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한 교사는 ‘모든 사안을 대화로 해결할 수는 없다. 

지속적 괴롭힘이나 폭력은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경미한 갈등과 중대한 폭력을 구분하는 기준 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학교폭력 문제는 단순히 ‘폭력의 유무’가 아니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사소한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현재의 구조는 학생들에게 상처만 남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학교는 처벌의 공간이 아니라, 관계를 배우는 공간이어야 한다.’

학생들의 짧은 사과 한마디와 진심 어린 이해가 때로는 어떤 처벌보다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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