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칼럼] X-ray의 빛, 인류애를 투과하다 – 뢴트겐의 이타적 선택이 남긴 유산

[산타칼럼] X-ray의 빛, 인류애를 투과하다 – 뢴트겐의 이타적 선택이 남긴 유산
글 : 서정규
인류의 삶은 오랜 시간 ‘내 것’을 지키고 더 많이 소유하려는 욕망과 씨름해왔다. 대자연 속 자원은 유한하지만, 인류의 소유욕은 무한하다. 이기심은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정당화되기도 하고, 전쟁과 속임수로 타인의 것을 빼앗아 왔다. 그 결과가 바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빈부격차라는 물질적 비대칭이다.
하지만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는 ‘가진 것보다 남을 먼저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다. 작은 이타가 켜켜이 쌓여 큰 변화를 만든 것이다. ‘산타운동’은 바로 그러한 성품과 철학 위에 태어난 연대의 실천이다. 내 것을 나누고, 남의 것을 더 소중히 여기며, 이웃과의 삶을 함께 꾸리는 사람들—그들이 산타운동의 실천자들이다.
그리고 그 정신을 본격적으로 전하기 전, 이미 앞서 이타적 결정을 내린 한 과학자가 있었다. 바로 엑스선을 발견한 독일의 물리학자 뢴트겐(Wilhelm Conrad Röntgen)이다.
“특허보다 인류를 선택한 과학자”
뢴트겐은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었다. 친구를 위해 끝까지 책임지며 퇴학을 감수했고, 결국 입학시험을 통해 취리히 공과대학에 진학했다. 젊은 시절부터 품성에 있어 남다른 선택을 해온 그는 1895년, 우연히 엑스선(X-ray)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을 붙이라는 동료 과학자들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그리고 “인류 모두가 함께 사용해야 할 기술”이라며, 엑스선에 대한 특허도 취득하지 않았다. 단 한 푼의 이익도 챙기지 않고, 인류를 향해 열어둔 것이다.
이런 태도야말로 산타운동의 정신을 가장 앞서 실천한 선행적 과학자라 할 수 있다. X-ray는 그 후 전 세계 의료, 과학, 산업, 예술계에 걸쳐 인류에게 지대한 혜택을 안겨주고 있다.
오늘도 X-ray처럼 인류를 비추는 유산
의료 분야에서는 뢴트겐의 엑스선 덕분에 우리는 신체 내부를 직접 절개하지 않고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진단 촬영, CT, 조영제 검사 등 생명을 살리는 수많은 장면마다 그의 선택이 숨어 있다.
산업 분야에서는 비파괴 검사와 공항 보안 스캔으로, 과학과 예술 분야에서는 분자 분석, 고고학 유물 감별, 위조 지폐 식별, 심지어 X-ray 천문학까지—그야말로 엑스선은 인류를 투과해왔다.
그 모든 시작에는 ‘나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을 택한 한 사람의 결단이 있었다.
산타운동, 뢴트겐의 정신을 잇다
산타운동은 이처럼 이타적 인격과 고매한 품성에 기반한다. 내 몫을 덜어 나누고, 타인의 권리를 먼저 배려하는 태도. 뢴트겐처럼 명예보다 공공성을 택하고, 손익보다 사람을 바라보는 선택.
그 선택이 모여 오늘도 우리는 이기심을 넘어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엑스선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몸을 비추듯, 이타의 정신도 조용히, 그러나 깊이 우리 사회를 비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