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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공연장도 하나의 지역 '브랜드'다
문화/예술

[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공연장도 하나의 지역 '브랜드'다

최준식 기자
입력

-   지역 특성화 공연장, 문화재생과 정체성의 거점으로

 

‘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는 예술경영 20년 경력자인 필자의 시각으로 예술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전달하는 에세이같은 칼럼입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서울시 강남구 서초동 서리풀악기거리 각종악기소리를 거리에서 들을수 있는곳 : 네이버 블로그
서초구에 위치한 '서리풀악기거리'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앞에는 ‘서리풀악기거리’라는 곳이 있습니다. 88년 예술의전당 개관 이후 하나하나 자생적으로 생겨난 악기상과 악기수리공, 음악연습실이 모여 거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악기거리에는 소규모 클래식 공연장 30곳이 몰려있고 음악연습실에는 클래식 전공 학생들이 항상 북적거리고 있습니다. 이 거리의 활성화를 위해 서초구와 서초문화재단은 각종 클래식 페스티벌과 버스킹 공연을 수시로 열고 있습니다. 또한 서초구는 <서초음악문화지구>로 지정하여 악기산업의 중심지이자 클래식 교육문화거점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서리풀악기거리’에 속속 들어서있는 중소규모의 클래식 홀은 대형 국립문화시설인 예술의전당 공연과 전혀 다른 <하우스콘서트>의 매력을 클래식 관객에게 연중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초문화재단도 ‘서리풀악기거리’내 소규모 공연장의 매력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클래식다방관객평가단 tutti>을 결성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20명의 평가단은 공연장과 프로그램의 품질을 점검하고 소공연장에서 이루어지는 클래식 살롱문화의 가치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서리풀 Tutti' 출범…서초구, 클래식다방 관객평가 - 전국매일신문 - 전국의 생생한 뉴스를 '한눈에'
서초문화재단 클래식다방 관객평가단 'tutti'

 필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내 국공립예술단체를 약 20년간 운영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등 2000석이 넘는 대규모 클래식홀에서 펼쳐지는 장중한 대형 오케스트라 공연의 매력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빈필, 베를릴핀 등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고가의 티켓가격에도 불구하고 연일 매진사례를 이어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20년간 예술경영의 한 부분을 담당했던 필자는 클래식다방관객평가단 tutti의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지역문화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서리풀악기거리’곳곳에 자리잡은 작은 공연장에서 비록 좌석은 조금 불편했지만 저는 코앞에서 펼쳐지는 수준높은 클래식 아티스트의 향연에 매료되었고 1시간 남짓공연이었지만 행복한 평일 오후가 되었습니다. 과거 예술교육 형태로 <살롱음악회>를 기획하고 진행한 바 있으나 순수 관객으로서 현악 3중주를 이렇게 뜨겁게 받아들인것은 오랜만이었습니다.

 

 예술경영은 수십년해왔고 문화예술현장에서 대규모 공연만을 꿈꿔왔던 저에게 삶을 문화예술로 풍요롭게 하는 것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지역문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산국제아트센터 등 전국에 대규모 최신식 공연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을 문화로 살찌우는 것은 오히려 이러한 지역에 특성화된 작은 공연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빈필∙베를린필∙RCO '빅3' 동시 내한…티켓은 은행들이 '통구매'
빈필, 베를린필, RCO 등 세계적 대행 오케스트라 공연은 연일 매진 중이다.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처럼 시설 위주의 복합문화공간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자산과 정체성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지역의 특성화된 소공연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역 특성화 공연장에서 지역문화의 역사,사회적 맥락을 담은 공연을 펼치고 지역에 특성화된 공연장 공간 설계까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지역특성화 공연장은 지역의 역사와 전통, 현실의 문제를 예술로 전환하여 지역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구현하며 지역의 문화정체성을 무대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역민과 문화주체가 공연에 함께 참여하며 일종의 ‘문화 거버넌스’를 실현할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지역특성화 공연장이 일종의 관광자원으로 도시 브랜딩 및 지역 경제 활성화여 기여할수도 있습니다.

 

 ‘서리풀악기거리’는 예술의전당의 건립으로 시작되었지만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생기고 활성화된 지역문화의 성공적 사례입니다. 지역의 작은 공연장에서 전석 매진은 아닐지라도 예술을 접하고 일상의 의미를 찾아가는 관객 한분한분이 지역문화 부흥의 씨앗입니다. 예술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예술의 큰 기적입니다. 그리고 그 역할을 지역의 특성화된 공연장이 실현할수 있습니다.

 

예술경영전문인 최준식

 

최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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