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수는 줄었지만 아동 용품 매출은 늘었다

아이 수는 줄었는데, 아이를 위한 지갑은 더 열렸다
‘한 아이 올인’ 소비가 만든 한국 사회의 새로운 풍경
출생아 수 감소는 더 이상 낯선 뉴스가 아니다. 통계상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해마다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아동용품 시장은 침체 대신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는 줄었지만,
한 명의 자녀에게 집중되는 소비는 오히려 확대되는 현상이 뚜렷하다.
이른바 ‘한 아이 올인(all-in)’ 소비 구조다.
이 변화는 가계 소비 구조에서 분명하게 포착된다. 유모차·카시트 같은 필수 육아용품뿐 아니라 유아 전용 명품 의류, 프리미엄 분유, 맞춤형 영어·코딩 교육, 예체능 레슨까지
‘아이 중심 소비’의 범위가 급격히 넓어졌다.
부모 한 쌍의 경제력과 조부모 지원이 한 아이에게 집중되면서 단가가 높은 고급 소비가 일상화된 것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맞벌이 부부 김모 씨는 ‘아이를 둘 낳을 자신은 없었지만, 하나라면 최고를 해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가정은 유아기부터 영어 유치원과 주말 예체능 수업을 병행했고, 학습 태블릿과 독서 프로그램까지 월 고정비로 지출한다.
김 씨는 ‘교육비가 부담되긴 하지만, 나중에 뒤처질까 봐 줄이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유통업계도 이러한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아동용품은 ‘저렴함’보다 ‘안전·프리미엄·차별화’를 앞세운 전략으로 이동했다.
한 아이에게 쓰는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브랜드 충성도와 재구매율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출산율 감소보다 더 중요한 지표는 자녀 1인당 소비액’이라며 ‘
이 수치는 여전히 상승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단순한 소비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본다.
사회학자 박모 교수는 ‘불안한 노동시장,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부모는 자녀를 프로젝트화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아이 수를 줄이는 대신 한 명에게 최대한의 자원을 투입해 위험을 관리하려는 합리적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문제점도 분명하다.
첫째는 가계 부담의 고착화다. 한 아이에게 쓰는 비용이 커질수록, 부모 세대의 노후 준비 여력은 줄어든다.
둘째는 아동 간 격차 심화다. 동일한 ‘한 자녀’ 구조라도 가정의 소득 수준에 따라 투자 가능한 범위는 크게 다르다. 이는 조기 교육 단계부터 계층 간 격차를 고착시키는 요인이 된다.
아동 발달 측면의 우려도 제기된다.
아동심리 전문가 이모 박사는 ‘과도한 집중 투자는 아이에게 기대 과잉의 부담을 줄 수 있다.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환경은 오히려 정서적 불안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보호와 지원이 지나칠 경우 자율성과 회복탄력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 아이 올인’ 소비는 저출산 시대가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결과이자, 동시에 새로운 사회적 과제를 안고 있다.
아이 수를 늘리기 어려운 현실이라면 최소한 한 아이에게 쏠린 부담과 불안을 완화할 수 있는 공적 교육·돌봄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아이는 줄었지만 아이를 키우는 사회의 책임은 결코 가벼워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