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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조모임, 고립의 시대에 ‘연결’을 말하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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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닌 경험, 공감에서 시작된 변화
AI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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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로 장기간 스트레스를 겪던 20대 김모 씨는 최근 한 자조모임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경험을 들으며 생각이 달라졌다.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됐습니다.”


핵가족 시대, 약해진 일상 속 관계망


이처럼 자조모임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사회 구조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핵가족화와 1~2인 자녀 중심의 가족 형태가 보편화되면서,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조언을 얻고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관계망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가족이나 이웃이 담당하던 정서적 지지 기능이 줄어들면서, 개인이 문제를 홀로 감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중독·정신건강·육아까지…확산되는 자조모임


자조모임은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알코올 의존 문제를 겪는 이들이 모여 회복을 돕는 모임을 비롯해, 우울감이나 불안을 공유하는 정신건강 모임, 취업 준비생이나 육아 부담을 나누는 커뮤니티 등 형태도 다양하다.


참여자들은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며 현실적인 정보를 주고받고, 정서적 지지를 형성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험 기반 공감’이 자조모임의 핵심 가치라고 강조한다.


서울의 한 정신건강 관련 기관 관계자는 “자조모임은 전문가 중심 치료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며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공감대가 회복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부터 공공기관까지, 참여 경로 다양


자조모임에 참여하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나 보건소, 복지관 등 공공기관을 통해 비교적 안정적인 모임에 참여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활동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같은 접근성 확대는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자조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정보 신뢰성은 과제…신중한 선택 필요


다만 자조모임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온라인 중심 모임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공유되거나 특정 의견이 강조되는 문제도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여러 모임을 비교해보고 신뢰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필요할 경우 전문가 상담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고립을 연결로 바꾸는 작은 공동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조모임은 고립된 개인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혼자 감당하던 문제를 함께 나누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찾아가고 있다.


자조모임은 더 이상 특별한 선택이 아닌, 고립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필요한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성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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