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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위에서도 다시 시작한다”… 가자시티, 6000만 톤 잔해 속 재건 자원봉사단 출범

전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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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초토화된 도시, 11월 15일 주민·시청·NGO가 함께 ‘직접 재건’ 나선 날
전쟁 전 가자 지구 시내 전경 [사진제공 나무위키]
전쟁 전 가자 지구 시내 전경 [사진제공 나무위키]

 

이스라엘 공습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11월 15일(현지시간), 시청과 주민, 민간단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도시 재건 자원봉사단이 공식 출범했다. 봉사단은 약 6,000만 톤에 달하는 전쟁 잔해와 폐기물을 치우고, 파괴된 기반시설을 복구하기 위한 활동을 즉시 시작했다.

 

이날 봉사단은 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도 가옥 잔해를 정리하고, 막힌 도로를 열고, 쓰레기와 파편을 치우는 작업을 이어갔다. 가자시티 시는 상공회의소·농업계·산업계·팔레스타인 NGO 네트워크와 협력해 **대규모 ‘시민 참여형 재건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청 대변인 호스니 무한나는 “목표는 잔해를 치우고 가로수를 다시 심어 전쟁 전의 도시 모습을 되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캠페인은 단순한 환경 정비가 아니라, 공동체가 스스로 다시 살아나겠다는 상징적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가자시티 시장 야히야 사라즈도 “이 재건 활동은 ‘우리는 이 땅을 떠나지 않겠다’는 팔레스타인 민족의 의지 표현”이라며, 이스라엘의 파괴 시도가 결코 지역 공동체를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고단함 속에서도 결연했다. 노인부터 청년까지, 여성과 남성이 함께 빗속에서 쓰레기와 흙더미를 치우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샤티 난민촌에서는 상수도 시설이 파괴돼 물 공급이 끊기자, 주민들이 길게 줄을 서서 물을 나르는 장면도 이어졌다. 이는 재건 캠페인이 단순히 미적 복구가 아닌 생존을 위한 절박한 행동임을 보여준다.

 

팔레스타인 NGO 네트워크의 암자드 알샤와 회장은 “이 캠페인은 6,000만 톤의 잔해를 치우는 장기 프로젝트의 시작”이라며 “전쟁 전보다 더 안전하고 나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봉사단에 참여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직접적이다.
30세 이브라힘 하산은 “이곳은 우리가 다시 세워야 한다. 그게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하난 오베이드는 “산더미 같은 쓰레기를 보며 좌절하기보다, 함께 치우는 일이 자랑스럽다”며 “모두가 참여해야 빠른 재건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캠페인이 시작된 시점은 가자지구가 인도적 위기·구호품 단절로 환경과 보건 상황이 극도로 악화된 때와 맞물린다.
가자 도시연합에 따르면 시청은 연료·장비 부족으로 70만 톤이 넘는 쓰레기조차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시민 참여 없이는 재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절망적인 폐허 속에서도 주민들이 스스로 거리를 닦고 도시를 일으키는 모습은 공동체가 가진 마지막 힘이 연대라는 사실을 다시 알려준다.
도움이 끊긴 곳에서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아 일어나는 장면은, 기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시작된다는 진실을 보여준다.
삶이 무너져도 희망의 문을 다시 여는 건 결국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지다.
이 재건의 첫 걸음은 작지만, 세상을 바꾸는 길은 언제나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산타는 오늘, 상처 위에서도 다시 피어나는 회복의 용기와 연대를 깊이 기억한다.

전미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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