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모 할머니, 10년 모은 800만원 기부
![전 할머니의 손 편지 [사진제공 부산성모병원]](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60320/1773991661963_506992309.jpg)
부산 남구에 사는 80대 전모 할머니가 2026년 3월, 자신이 치료를 받았던 병원에 800만원을 기부했다. 과거 치료비 지원을 받았던 그는 약 10년에 걸쳐 모은 돈을 다시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내놓았다.
전 할머니는 2017년 초, 무릎 수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이 겹쳐 건강 상태는 위중했지만 치료비 부담으로 수술을 포기하려 했다. 당시 병원 사회사업팀의 권유와 외부 후원으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고, 이후 꾸준한 치료를 통해 건강을 회복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의료비 지원과 함께 기초생활수급자 및 의료급여 혜택을 받게 됐다. 병원과 후원자의 도움으로 약 500만원 상당의 치료비 지원도 이어졌다. 전 할머니는 당시 “형편이 나아지면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말을 마음에 새겼다.
건강을 되찾은 이후 그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식비를 줄이며 조금씩 돈을 모았다. 그렇게 쌓인 돈은 10년 동안 300만원이 됐다. 여기에 과거 지원받았던 금액을 더해 총 800만원을 마련했다.
기부금과 함께 전달된 손편지에는 간결한 메시지가 담겼다. 자신처럼 병원비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써달라는 부탁이었다. 화려한 표현 대신, 삶의 경험에서 나온 문장이었다.
병원 측은 이번 기부가 단순한 금액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의료 지원을 받은 환자가 다시 기부자가 되어 돌아온 사례로, 선순환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이번 기부의 배경은 명확하다. 과거 치료를 통해 생명을 지켰다는 개인적 경험, 그리고 의료 지원 체계와 후원의 역할에 대한 체감이다. 전 할머니는 그 경험을 행동으로 이어갔다.
규모만 보면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의 10년 저축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는 다르다. 생활을 줄이며 만든 돈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전 할머니의 선택은 특별한 영웅담이라기보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다시 도움을 건네는 단순한 구조에 가깝다. 다만 그 과정이 길었고, 꾸준했으며, 조용했을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금액일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치료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그 사이를 잇는 것이 이번 기부가 가진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