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공룡·쿠키몬스터가 외친 ‘평화’… 웃음으로 폭력을 이긴 포틀랜드의 시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거리가 환하게 웃음으로 물들었다.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분노 대신 유머와 평화의 방식으로 저항의 뜻을 드러내며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개구리, 공룡, 쿠키몬스터, 심지어 카피바라까지—이색적인 ‘동물군단’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다.
“우리는 폭력적인 극단주의자가 아니다. 우리는 평화를 믿는다.”
■ 웃음이 무기가 된 사람들
포틀랜드의 시민들은 무거운 구호 대신 색색의 동물 의상과 비눗방울, 춤으로 시위 현장을 가득 채운다.
알록달록한 개구리와 곰, 닭, 상어 복장의 시민들이 방패와 헬멧으로 중무장한 요원들 앞에 서 있는 모습은 묘한 대비를 이룬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 “폭력은 대화의 언어가 아니다.”
이 시위의 시작은 평범한 청년 "세스 토드(Seth Todd)"였다. 그는 초록색 개구리 옷을 입고 첫 시위에 나서며 세상의 시선을 바꿔 놓았다.
“우리를 폭력 좌파라 부르지만, 사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그래서 개구리 복장을 했다.”
그의 이 작은 용기가 도시의 유행이 되었고, 지금은 수많은 시민이 동물복장을 기부하며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분노보다 웃음이 강하다”
닭 복장을 입고 성조기 망토를 두른 한 시위자는 “우리의 모습이 상대를 웃게 만들고, 때로는 부끄럽게 만든다. 그게 우리가 원하는 변화”라고 말했다.
이들의 모습은 단순히 유쾌한 장면이 아니다. 분노를 유머로 치환한 평화의 기술, 폭력적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시민의 지혜다.
포틀랜드는 예전부터 창의적 시위로 유명했다.
시민들은 ICE 요원들에게 비눗방울을 불거나, 도넛을 낚싯대에 매달아 ‘얼음 낚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자유롭고 유머러스한 방식은 도시의 상징이자, “괴짜로 살아도 괜찮다”는 포틀랜드 특유의 정신을 보여준다.
한국의 ‘K-응원봉 시위’와 닮은 모습
이 장면은 한국 시민들이 보여준 ‘비폭력 응원봉 시위’를 떠올리게 한다.
분노와 대립의 장이었던 광장이 빛과 응원, 노래의 공간으로 변했듯, 포틀랜드 시민들도 “평화는 충분히 멋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정치학자 휘트니 필립스 교수는 “이들의 유머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사회의 공감을 일으키는 예술적 표현”이라며 “위험한 시대일수록 웃음은 사람들을 잇는 다리가 된다”고 평가했다.
웃음 속에 깃든 용기
포틀랜드의 ‘동물 시위대’는 지금도 거리를 누비며 웃음과 평화의 메시지를 퍼뜨리고 있다.
폭력 대신 웃음으로, 분노 대신 연대로—그들이 선택한 길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인간적인 저항일지도 모른다.
작은 개구리 탈 속에 숨은 한 사람의 용기,그것이 세상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