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우리 교육을 생각한다
교실의 침묵, 학교 교육의 위기를 말하다

요즘 학교 교실은 겉보기엔 평온하지만, 그 속은 조용한 위기감이 흐르고 있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갇히고, 교사는 행정업무에 지치며, 학부모는 사교육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학교가 더 이상 배움의 공동체로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곳곳에서 나온다. 이른바 학교 교육의 위기다.
이러한 우리 교육의 위기를 고민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와 학교가 모두 행복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그 방안을 함께 제시한다.
첫째, 공교육의 신뢰가 부족하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학교 수업만으로는 입시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사교육비는 2025년 기준 30조 원을 넘어섰고, 학부모의 80% 이상이 학교 수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답한다.
이는 교육의 본질이 ‘전인적 성장’에서 ‘성적 경쟁’으로 완전히 왜곡된 결과다. 학교는 더 이상 아이들이 세상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라, 시험 대비 기관으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
둘째, 교사의 권위와 자존감의 붕괴가 심각하다.
교권 침해 사례가 급증하면서 교사들은 학생 지도에 소극적이 되고, 수업은 점점 눈치 보기 교육으로 변질되고 있다.
교육 현장은 가르침의 열정보다 민원 회피가 우선되는 구조로 굳어졌다.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가 흔들리면 학교는 배움의 의미를 잃는다.
셋째, 교육격차의 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일반고와 특목고 간의 학습 수준 차이는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디지털 교육 환경의 불균형은 또 다른 형태의 교육소외를 낳고 있다. 교육이 더 이상 사회 이동의 사다리가 아닌 계층 고착의 벽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우선, 학교 교육의 본질 회복이 필요하다.
교육정책은 단기 성과 중심의 입시 개편보다,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협력 능력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성적 중심 평가 대신 과정 중심 평가를 확대하고, 프로젝트형 수업이나 토론·체험 중심 학습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그 다음은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 보장이 핵심이다.
교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습 설계자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과도한 행정 업무를 줄이고, 교사가 수업과 학생 지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교권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학부모와 사회의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도 병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교육의 균형 발전을 위한 국가 차원의 투자가 절실하다.
농어촌 학교의 디지털 인프라 확충,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위한 맞춤형 지원, 다문화·특수교육에 대한 예산 확대 등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사회와 연계한 마을교육공동체 모델을 활성화해서 학교가 지역의 문화와 삶의 중심으로 다시 서야 한다.
결국 교육의 위기는 단순히 제도나 교실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인간을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회피한 결과다.
학교가 다시 희망의 공간이 되려면, 정부·교사·학부모·지역사회 모두가 배움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마음을 모아야 한다.
교실의 침묵을 깨우는 일, 그것이 우리 교육이 다시 살아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