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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을 향해 떨어지던 대형 유리문

전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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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먼저 던진 군 장교…시민은 살았고, 그는 다쳤다
육군항공사령부 소속 헬기 조종사 정오복(44) 소령. [사진제공 육군항공사령부]
육군항공사령부 소속 헬기 조종사 정오복(44) 소령. [사진제공 육군항공사령부]

 

전북 익산의 한 주택가에서 떨어지던 대형 유리문 앞에 현역 군 장교가 몸을 던졌다. 

육군항공사령부 소속 헬기 조종사 정오복(44) 소령은 휴가 중이던 지난달 30일, 행인을 덮칠 뻔한 사고를 막아냈다. 그는 시민을 밀쳐내 구조했고, 본인은 유리 파편에 부상을 입었다.


16일 군 당국에 따르면 사고는 전북 익산시 영등동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2층 높이 외벽에 설치돼 있던 성인 키 크기의 유리문이 고정력을 잃고 아래로 떨어지던 순간이었다. 그 아래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길을 지나던 시민이 있었다.


정 소령은 유리문이 떨어지는 장면과 행인의 동선을 동시에 확인했다. 

그는 소리치거나 경고할 시간조차 없었다고 한다. 즉시 몸을 던져 행인을 바깥쪽으로 밀쳐냈다. 

시민은 사고를 피했지만, 정 소령은 피하지 못한 유리 파편에 팔과 다리를 다쳤다.


당시 현장에는 구조요원도, 안전장치도 없었다. 위험을 계산할 여유 역시 없었다.정 소령의 판단은 순식간이었고, 결과는 명확했다. 시민의 생명은 지켜졌고, 군인은 부상을 감수했다.


이 사연은 당사자가 아닌 시민의 제보로 세상에 알려졌다. 구조를 받은 시민은 이달 초 국민신문고에 ‘고마운 군인을 꼭 찾아달라’는 글을 올렸다. 군 당국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미담의 주인공은 정 소령으로 확인됐다.


육군항공사령부는 정 소령의 행동을 공식적인 공적 행위로 판단했다. 사령부는 조만간 그에게 사령관 표창을 수여할 예정이다. 군은 “위험 상황에서 시민의 생명을 우선한 판단은 군인의 책무를 보여준 사례”라고 밝혔다.


정 소령은 이번 일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내가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며 “눈앞의 시민을 보호하는 건 군인으로서 당연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육군항공사령부는 항공작전 수행뿐 아니라 재난·안전 대응 임무를 병행하는 부대다. 장병들은 평소 비상 상황 대응과 구조 훈련을 반복적으로 받는다. 정 소령의 판단 역시 훈련과 직업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거창한 영웅담은 아니다. 다만 한 사람이 가진 직업적 책임감이, 우연히 마주친 위험 앞에서 즉각 행동으로 이어졌을 뿐이다. 시민은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갔고, 군인은 조용히 치료를 받았다.


이 사건은 누군가의 용기가 얼마나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순간의 선택은 계산이 아니라 태도에서 나온다.
군인의 책무는 훈련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위험 앞에서 한 발 먼저 나서는 사람들 덕분에,
도시는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지나간다.

전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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