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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 소유하기, 소유되기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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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안락함 뒤에 숨은 자본주의의 초상
이 책의 사회적 영향은 조용하지만 깊다. 독자들은 더 가져야 한다는 강박 대신, 자신이 이미 무엇에 의해 소유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청년과 중산층을 옥죄는 ‘소유의 역설’

 

『소유하기, 소유되기』불안한 일상의 구조


 

미국 논픽션 작가 율라 바스의 저서 『소유하기, 소유되기』가 국내 독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얻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오늘날 청년과 중산층이 처한 현실을 정밀하게 비추는 거울로 읽힌다. 안정된 직장, 내 집 마련, 적당한 소비라는 정상 궤도의 삶이 더 이상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시대, 바스는 소유가 어떻게 안락함과 불안을 동시에 만들어내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책이 다루는 핵심은 ‘소유의 역설’이다.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할수록 안정에 가까워진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소유가 늘어날수록 책임과 위험 또한 커진다. 

주택담보대출, 학자금 대출, 신용카드 부채는 현대 청년과 중산층의 삶을 지탱하는 동시에 억압하는 장치다. 바스는 이러한 금융화된 일상을 개인의 도덕성이나 소비 습관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조건의 산물로 해석한다.


 

청년 세대에게 이 책이 특히 강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취업 이후에도 부채 상환과 주거 불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소유하지 못한 불안’과 ‘소유했기 때문에 생기는 불안’이 동시에 존재한다. 집을 사지 못하면 실패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집을 사는 순간 장기간의 빚과 하락 위험을 떠안게 된다. 바스는 이 모순을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닌 자본주의 시스템의 구조적 딜레마로 설명한다.


 

중산층의 위치 역시 이 책의 중요한 분석 대상이다. 바스는 중산층을 체제의 최대 수혜자인 동시에 가장 예민한 불안 계층으로 묘사한다. 일정한 자산과 소득을 보유했지만, 언제든 아래로 추락할 수 있다는 공포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관리하고 경쟁한다. 이 과정에서 중산층은 체제에 대한 비판과 체제 유지를 동시에 수행하는 모순적 주체가 된다.


 

전문가들은 ‘소유하기, 소유되기’가 청년·중산층 담론에 새로운 언어를 제공했다고 평가한다. 한 사회정책 전문가는 ‘이 책은 청년의 불안을 개인의 노력 부족이나 소비 성향 탓으로 돌리는 기존 담론을 넘어, 소유 구조 자체를 질문하게 만든다. 불안을 느끼는 것이 비정상이 아니라, 불안을 생산하는 구조가 정상화돼 있다는 점을 짚어낸다’고 말한다.


 

이 책의 사회적 영향은 조용하지만 깊다. 독자들은 더 가져야 한다는 강박 대신, 자신이 이미 무엇에 의해 소유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이는 단순한 체제 비판을 넘어, 삶의 기준과 성공의 정의를 재고하게 만든다. 『소유하기, 소유되기』는 청년과 중산층에게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느끼는 불안이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구조의 신호임을 인식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동시대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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