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의 인연이 결혼으로 이어지다
![원로 조각가 고정수(오른쪽)가 갤러리 아트릭트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을 마친 후 중증장애인 보호시설 '소망의 집' 원우인 은혜 양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 갤러리 아트릭트]](https://santanews.cdn.presscon.ai/prod/140/images/20260114/1768402730645_323097915.jpg)
18년 전 무연고 장애 영아였던 아이가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조각가 고정수 작가는 최근 서울 갤러리 아트릭트에서 열린 ‘아티스트 토크’ 자리에서,
자신이 오랜 시간 인연을 맺어온 장애인 복지시설 ‘소망의 집’의 입소자
은혜의 결혼 소식을 공개했다. 이 행사는 ‘소망의 집 돕기 기금 마련전’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소망의 집 관계자에 따르면, 은혜의 결혼 상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은혜와 마찬가지로 장애를 가진 인물로 알려졌다. 결혼 준비를 앞두고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날 고정수 작가는 토크 프로그램을 마친 뒤 은혜와의 첫 만남을 조심스럽게 떠올렸다.
그는 “갓난아기 때 심장 수술을 받고 무연고자로 지내던 아이를 목욕 봉사로 처음 만났다”며
“기저귀를 갈아주던 순간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봉사로 시작된 인연이 성인이 되어 결혼으로 이어진 데 대한 소회를 전한 것이다.
고 작가는 은혜의 근황도 전했다. 은혜는 현재 춤을 좋아하고 건강 상태도 좋은 편으로, 시설 내에서 비교적 활발한 생활을 하고 있다. “밥과 된장국을 잘 먹고, 소망의 집에서 제일 건강한 편”이라는 말에는 현장의 웃음이 섞였다.
동시에 그는 “결혼을 앞두고 혼수 비용 마련이 급한 상황”이라며 현실적인 과제도 언급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시 취지에 공감한 국제로타리 3650지구 김종문 총재, 서울신라로타리클럽 이상태 회장을 비롯한 국제로타리 관계자들이 참석해 후원 의지를 밝혔다.
국제로타리는 지역 사회의 복지와 자립 지원을 주요 활동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번 행사 역시 그 연장선에서 참여했다.
또한 부천시니어여성합창단 단원 18명은 개런티 없이 축하 공연을 펼쳐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합창단은 문화 나눔과 재능 기부를 통해 지역 사회 행사에 꾸준히 참여해 온 단체다.
고정수 작가는 아티스트 토크 말미에서 전시의 취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4개월간 전시를 이어가며 2부 오픈 형식으로 작은 음악회와 작가와의 대화를 준비했다”며 “1부와 2부 모두 찾아준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소망의 집을 돕기 위한 전시인 만큼, 더 많은 관심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갤러리 아트릭트에서는 고정수 작가의 대표작들이 2월 말까지 전시된다.
여체 조각으로 알려진 스톤 조형물과 브론즈 초기작을 비롯해, 곰 조형물 시리즈, 테라코타·세라믹·한지 부조 등 최근 신작까지 총 50여 점이 관람객을 만난다.
한 번의 봉사는 한 사람의 삶을 오래 따라간다.
이 전시는 작품을 보여주는 자리를 넘어, 시간을 견뎌온 인연을 증명했다.
은혜의 결혼 소식은 도움의 결과가 아니라, 함께 살아온 시간의 기록이다.
예술과 나눔은 그렇게 조용히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연대는 지금도 누군가의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