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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이 외롭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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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관계의 재구성으로 극복해야
외로움은 더 이상 개인의 사적인 감정이 아니다. 세계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사회 구조적 문제이다.


 

조용한 전염병 ‘외로움’ — 국가가 대응에 나섰다


 

외로움이 개인의 감정을 넘어 사회적 질병으로 규정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 정부는 고립과 단절이 정신건강 악화는 물론 심혈관 질환, 치매, 조기 사망 위험까지 높인다는 연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가족 구조의 변화, 1인 가구 증가, 디지털 소통의 확산은 연결을 늘린 듯 보이지만 실제 인간관계의 밀도는 오히려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 사례는 일본이다. 일본은 고독사(孤独死)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부상하자 2021년 ‘고독·고립 담당상’을 신설했다.

 도쿄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상담 전화가 2배 이상 늘었다. 경제적 빈곤보다 정서적 고립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1인 가구 고령자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중장년 남성의 사회적 고립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역 커뮤니티 회복과 민관 협력이 핵심 과제로 제시된다.

 

북유럽의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개인주의 문화와 1인 가구 비율(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높아 ‘고독한 사회’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스톡홀름에 거주하는 한 대학생은 ‘국가는 잘 갖춰져 있지만, 이웃과의 관계는 느슨하다. 경제적 안정과 정서적 연결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스웨덴 정부는 지역 모임과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며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을 도입해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문화·봉사 활동 참여를 권유하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도 빠르게 외로움의 그늘로 들어서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이미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넘어섰고, 특히 청년과 고령층의 고립 문제가 동시에 심화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29세 직장인 김모 씨는 ‘회사와 집을 오가는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관계를 맺을 기회가 줄었다. SNS는 활발하지만 진짜 속마음을 나눌 사람은 적다’고 털어놨다. 

지방의 한 노인복지관 관계자는 ‘자녀와 떨어져 사는 어르신들이 많아지면서 정서적 돌봄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로움을 개인의 성격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한 사회학 교수는 ‘외로움은 사회적 인프라의 문제’라며 ‘주거, 노동, 지역 공동체 정책이 통합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역시 ‘외로움이 장기화되면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해법은 ‘관계의 재구성’에 있다. 일본의 행정적 대응, 스웨덴의 공동체 회복 실험처럼 국가 차원의 정책과 지역 사회의 촘촘한 연결망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청년 커뮤니티 공간 확대, 고령층 방문 돌봄 서비스 강화, 기업의 사회적 교류 프로그램 활성화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외로움은 더 이상 개인의 사적인 감정이 아니다. 세계가 공통으로 겪는 구조적 문제다. 보이지 않지만 치명적인 이 ‘조용한 전염병’을 치유하기 위해, 각국은 지금 관계의 복원을 모색하고 있다.


 

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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