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더 용감했던 말
한 마리 말이 전쟁터에서 구한 생명은 셀 수 없고, 미국 전역엔 지금도 그녀를 기리는 동상이 다섯 곳이나 세워져 있습니다

1997년, 미국의 저명한 잡지 ‘LIFE’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100인을 발표했습니다.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마틴 루터 킹... 쟁쟁한 이름들 사이에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 태생의 암말, ‘레클리스(Reckless)’.
미국인들은 이 한국산 말에게 영웅이라는 단어를 아낌없이 붙였습니다.
그녀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어떤 군인보다도 용감했고, 어떤 동물보다도 인간적이었습니다.
“녀석의 이름은 여명이에요”
1952년 3월, 미 해병대는 군마를 구하러 서울 경마장을 찾았습니다. 그곳엔 한 소년과 밤색 윤기 흐르던 암말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소년은 말했습니다.
“여명이에요. 아침 해라는 뜻이에요.
여동생이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었어요…
보철을 사기 위해 이 말을 팔아요.”
그 말은 여명,
훗날 미국에서 레클리스라는 새 이름을 받게 될 진짜 영웅이었습니다.
총알과 포탄 속 51번의 임무 수행
레클리스는 포성이 멈추지 않던 1953년 베가스 고지 전투에서 무려 51회, 혼자 탄약을 나르며 전우들을 살렸습니다. 포탄이 날아드는 길, 총알이 스치는 산등성이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부상을 두 번이나 입었지만, 그녀는 결코 멈추지 않았습니다.
미군 병사들은 감격했고, 그녀에게 ‘무모한’이라는 뜻의 '레클리스(Reckless)'란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그녀의 본명 ‘여명’처럼, 죽음 가득한 전장에 빛을 비춘 존재였지요.
미국이 예우한 영웅
전투가 끝나자 미국 해병대는 레클리스에게 ‘상병’ 계급을 수여했습니다.
그리고 정전 후에는 ‘상사’로 진급까지 시켰습니다.
그녀는 이제 군마가 아닌 ‘전우’였고, ‘가족’이었습니다.
레클리스는 양국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고, 영웅 대접을 받으며 미국으로 이송됩니다.
당시 한 민간 운송회사는 "이 영웅을 공짜로 모셔오겠다"고 자원했으며,
도착한 날, 꽃다발과 케이크로 그녀를 맞이했습니다.
미국 곳곳에 서 있는 다섯 기념비
레클리스는 미국 해병대의 품에서 은퇴했고, 네 마리의 새끼를 낳고 1968년 스무 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죽은 뒤에도 미국은 그녀를 기억했습니다.
그녀의 기념비는 현재 미국 전역 다섯 곳에, 그리고 우리나라 경기도 연천,
그녀가 참전했던 베가스 고지 근처에도 세워져 있습니다.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 전쟁은 인간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한 마리 말이 지닌 용기와 희생이 얼마나 깊고 강할 수 있는지를 레클리스는 보여주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 땅에서 평화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건 그녀 같은 존재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랑해,그리고 존경해 레클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