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

‘마이웨이’가 남긴 교훈 — 한국 축구는 시스템으로 승부해야 한다
히딩크 리더십과 네덜란드 축구 철학이 우리에게 던지는 과제
[편집자 주]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는 우연이 아니었다.
그 중심에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철학과 네덜란드 축구 시스템이 있었다. 그의 자서전 『마이웨이(My Way)』는 한 명의 명장이 성공한 이야기가 아니라, 선수보다 시스템을 먼저 만든 지도자의 기록이다. 중남미 월드컵 탈락을 계기로 한국 축구가 다시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그의 철학을 통해 살펴본다.
“기적은 시스템이 만든다”
히딩크 감독은 『마이웨이』에서 “성공은 특별한 재능보다 올바른 시스템과 준비에서 나온다”는 신념을 여러 차례 강조한다. 그는 선수들에게 정신력만 요구하지 않았다.
체력과 전술,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 끊임없는 경쟁, 그리고 자율적인 사고를 훈련시켰다.
2002년 대표팀은 하루아침에 강해진 것이 아니다.
유럽 전지훈련과 수십 차례의 평가전, 철저한 체력 프로그램, 그리고 실력을 중심으로 한 선수 선발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학연과 지연, 연공서열보다 경기력이 우선이라는 원칙은 선수단 전체의 긴장감을 높였고,
모두가 경쟁 속에서 성장했다.
네덜란드 축구의 힘은 ‘선수’가 아니라 ‘문화’
네덜란드는 인구가 2천만 명도 되지 않는 작은 나라지만 세계 최고의 축구 강국 가운데 하나다. 그 비결은 뛰어난 개인보다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에 있다.
유소년 단계부터 승패보다 창의성과 판단력을 키우는 교육을 실시하고, 지역 클럽과 학교, 프로 구단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어린 선수들은 자유롭게 드리블하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에서 성장한다.
지도자는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능성을 끌어내는 조력자다.
또한 지도자 교육에도 막대한 투자를 한다. 훌륭한 선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지도자를 길러내는 것이 네덜란드 축구의 철학이다.
이러한 구조는 세대가 바뀌어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한국 축구가 넘어야 할 현실
한국 축구는 뛰어난 선수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지만 시스템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학교 성적과 대회 입상 중심의 문화는 장기적인 선수 육성보다 단기 성과를 앞세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소년 선수들의 경기 출전 기회는 제한적이고, 지도자의 철학도 지역과 학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선수 선발의 공정성과 장기 육성 체계, 스포츠 과학 활용 역시 세계 선진국과 비교하면 더욱 발전할 여지가 있다.
최근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늘고 있지만, 개인의 노력에 의존하는 구조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국가대표의 성적은 국내 축구 생태계의 수준을 반영한다.
이제는 ‘제2의 히딩크’가 아니라 ‘제2의 시스템’이다
한국 축구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또 한 명의 명장이 아니다.
누구라도 성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첫째, 유소년 축구를 승패보다 성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지도자 교육과 자격 관리 수준을 세계적 기준으로 높여야 한다.
셋째, 스포츠 과학과 데이터 분석을 현장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넷째, 학교와 프로 구단, 지역 클럽이 하나의 육성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선수 선발과 운영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히딩크 감독은 『마이웨이』에서 “변화를 두려워하는 순간 발전은 멈춘다”고 말한다.
이 한마디는 오늘의 한국 축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2002년의 감동은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교과서다.
스타 플레이어 한 명이 경기를 바꿀 수는 있지만, 축구의 미래는 시스템이 만든다.
네덜란드가 오랜 시간 세계 축구를 이끌어 온 이유도,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에 남긴 가장 큰 유산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한국 축구가 다시 세계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영웅’이 아니라
‘시스템’을 만드는 용기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