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교사를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때
“선생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산타뉴스 성연주 기자] 스승의 날이 지나간 오월, 우리는 교사의 존중과 지지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사는 언제나 아이들의 길잡이이자 배움의 동반자였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처럼, 오랜 세월 존경받아온 존재였다. 하지만 오늘날 교사들의 자리는 점점 더 외롭고 무거워지고 있다. 감정 노동이 극심한 직업으로 꼽히는 텔레마케터보다도 높은 수준의 정서적 피로도를 호소하는 교사들이 많아지고 있고, 이들의 업무 부담은 날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특히 초등교사들은 하루 종일 학생들과 소통하며 학부모 상담과 행정 업무까지 수행하는 복합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교사들의 급여는 OECD 평균에 못 미치며, 학급당 학생 수가 많아 교육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많은 교사들은 묵묵히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고 있지만, 최근 제주도에서 벌어진 교사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가 교사들의 처우와 정서적 건강을 외면해 왔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지난 22일 제주도의 한 중학교 교사가 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학생의 생활지도를 한 이후 학생 가족의 지속적인 항의와 압박을 감당해야 했던 교사는 결국 홀로 무너지고 말았다. 이 사건은 불과 2년 전 서울 서이초에서 발생했던 교사 사망 사건과도 유사하다. 당시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국회는 ‘교권회복 5법’을 통과시켰고,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제도를 마련했다. 대표적으로 학교별 ‘민원대응팀’ 운영, 교권침해 대응을 위한 직통번호(1395) 개통, 교사 개인의 번호 보호를 위한 ‘교원 안심번호 서비스’ 등이 시행되었다.
하지만 이번 제주 사건에서는 이러한 보호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교사는 결국 오롯이 혼자 학생 가족의 민원을 감당해야 했고,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전문가들은 교사들이 온전히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 업무를 분리하고 교권 보호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 제도의 맹점을 점검하고, 교사들이 외부 압박으로부터 벗어나 오직 교육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사회적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일부 기업의 고객센터에서는 상담원이 누군가의 부모라는 안내 멘트를 도입해 따뜻한 반응을 얻고 있다. 교사 역시 누군가의 가족이며,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따뜻한 미래는 따뜻한 교실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시작은 교사를 존중하고 지지하는 데서 비롯된다. 스승의 날이 지나간 지금, 다시 한번 외쳐야 한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말이 제도와 현실의 변화로 이어지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성연주 기자 [email protected]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